아빠의 일기장

일반자료 2022. 11. 26. 13:2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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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빠의 일기장

민희야, 밥 먹어야지~!

오늘도 아빠의 잔소리는 시작이다.
꼭 엄마 없는 티를 저렇게 내고 싶을까?

정말 쪽팔려서 같이 못 살겠다. 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.

집에 오면, 항상 앞치마를 매고 있는 아빠 모습이 정말 지긋지긋하기도 하고.

내 엄마는 내가 3살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. 얼굴 하나 기억 못 한다. 난.그리고 쭉 아빠와 살아왔다.

난 아빠가 싫다, 언제나 잔소리만 하고 눈 한쪽 시력만 잃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왔던 그런 아빠가 너무 지긋지긋하다. 여건만 된다면 나 혼자 살고 싶다.

우리 집은 무척이나 가난하여서, 난 그 가난을 만든 아빠. 그래서 아빠가 더 싫은가 보다.

방도 하나라서, 내가 방을 쓰고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고, 생활하신다.

20평도 안 되는 우리 집. 난 너무 창피하다. 아빠도 너무 창피하다.

어느샌가, 아빠께서 자꾸 속이 쓰리시다고 하신다. 난 그럴 때는, 그냥 모른 채 해왔다.

3년 뒤. 그날도, 어김없이 아빠와 아침부터 티격태격이었다. 아니, 나 혼자 일방적으로 화내고, 아빠께 함부로 대했다. 그래놓고, 나 혼자 화내면서 밖으로 뛰쳐나온다.

그런데, 그날.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. 아빠가 병원에 계신다고. 난 병원으로 갔다.

놀라서 뛰어가는 것도 아닌, 그냥 보통 걸음으로 천천히, 느릿느릿.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. 귀찮게만 느껴졌다.

아빠가 병원 다니시는 건 많이 봐온 일이니까. 항상, 몸살에 감기에. 맨날 병원 신세만 지셨다. 한, 3~4년이란 시간을.

난 간호사에게 아빠 이름을 대고, 입원실을 물어보는 순간, 간호사의 말에 너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. 돌아가셨다니.

그리고 뒤를 이으며 말씀하셨다. ˝ 민희가 누구예요? 자꾸 민희 이름만 부르시면서, 그러시더라고요. 참 안타까웠죠.˝

˝민희요? 저예요, 저~! 바로 저라고요!!! 저 여기 있다고, 아빠한테 말씀 좀 해주세요˝

난 너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. 어느새 내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되 있었다.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. 난 집으로 돌아왔다.

그날, 밤을 새우면서 아빠 유품 정리에 바빴다. 거실, 아빠 옷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노트. 3년 정도 전부터 쓰인 걸로 보였다.

그렇게 해서, 공책 8권.

˝ 민희야,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? 그런데, 암이란다, 암. 괜찮겠지? 민희야. 아빠, 괜찮겠지? 아빠, 낫고 싶어, 아빠, 너와 함께 이렇게 한집에서 살고 싶어 민희야.˝

˝민희야,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? 그런데, 빨리 수술을 해야 한 대. 수술비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. 너 고등학교 사립으로 가는게 소원이지? 공부도 잘하니까, 우리 민희는. 하지만 아빠가 수술하면 그 꿈도 무너지겠지, 우리 민희의 소중한 꿈이. 아빤, 그냥. 수술하지 않기로 했어. 조금의 아픔은 있겠지. 하지만, 아빤 민희 곁을 떠나지 않아.˝

˝민희야, 아빤, 널 정말 사랑했어. 아빠 통증이 너무 심해져 가고 있는 것 같아. 너무 아파, 민희야. 하지만 우리 민희를 보며 견뎌내야지.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딸 민희를 위해서 말이야. 민희야 넌 아프지 말아라. 그리고 그동안 이 못난 아빠·그것도 아빠라고 생각해 주면서 잘 따라줘서 고맙고, 미안해, 아빠가.˝

˝ 민희야, 아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아. 민희 아침밥 항상 안 챙겨 먹지? 아빠 없어도 아침밥은 먹어야 해, 그래야 하루가 든든하지. 그리고, 도시락. 민희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자! 그래서 꼭 싸서 가라. 응? 또, 밤엔 집 문 걸어 잠그고 자구, 너 혼자 이 넓기만 한 세상에 두고 가야 해, 아빠. 너무 미안해, 민희야,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. 그냥. 행복해라, 민희야.˝

˝ 아빠, 청바지 주머니 뒤져보면은, 봉투가 있을 거야. 거기에, 너 고등학교 3년 동안 다닐 수 있는 진학서 끊어놨고, 또 대학교도 이 돈들로 충분히 네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. 얼마 되진 않지만, 아빠가 그래도 하노라고 해서 모은 거니까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다. 아빤 민희 지켜볼 거야. 사랑한다, 민희야!˝

나만 위해주고, 나만 지켜보고, 그러시던 아빠인데. 내가 너무너무 못되게 굴어도 너무너무 밉게 굴어도 다 받아주시고, 웃기만 하시던 그런 아빠인데. 이젠, 어떡해. 나 이제 어떻게 해. 아빠가 숨을 쉬지 않는 이 세상. 나에게도 의미가 없어. :

˝ 아빠, 그곳에서 지금 행복하시죠? 그곳에서는 병원 다니세요.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세요.
그곳에서는 나 같은 딸, 짐승보다 못한 나 같은 딸, 잊어버리세요.
그리고 편히, 행복하게 쉬세요,
사랑해요, 아니 이 말도 아빠에겐 너무 부족한 말이죠.
나 웃으면서 살 거예요.
나도 행복할 것에요. 근데, 아빠.
나 자꾸 눈물이 흘러요. 나도 자꾸 아파져 와요.
나 너무 무섭고 두렵기까지 한데. 어떻게 해야 해요?
전처럼, 웃으면서 그렇게 내 옆에서 있어 줄 수는 없는 거예요? 정말 그런 것에요?
나 웃을 수가 없단 말이야.
내가 갈 때까지, 기다려요. 아빠.
내가 가면, 더 좋은 딸 될게요. 착한 딸 될게요.
내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우리 아빠.
꼭 기다리세요, 아빠.˝ /하자고요-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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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외통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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